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물이 많았어. 어느 날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나는 게 너무 억울해서 어머니께 물었어. 어머니, 저는 왜 울음을 참기가 힘들까요. 이럴 때마다 제가 너무 약하고 무력한 것 같아요. 어머니는 말씀하셨지. 그건 하느님이 네 눈에 은하수를 들여 놓으셨기 때문이란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너와 네 주위사람에게 축복...
네가 이 편지 읽을 때 쯤이면 난리도 아니겠다. 일부러 너만 보라고 네 사물함에 넣어둔 거니까 괜히 불안해하지 말렴. 남들은 너랑 나 사이의 일같은 건 조금도 모를테니까. 있지, 나 죽을 때 모습은 어때? 나름 어디서 못났단 소린 못 들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가는 모습은 비참하려나. 날 처음 발견할 사람은 누굴까, 반응은 어떨까. 아, 네가 죽으라고 해서 ...
나는 좆같아. 네가 네 멋대로 뒤져버린 후 내 삶은 그냥 존나 망가졌어. 보험금 한 푼 없이 뒤져버린 너도 좆같고, 그런 상황에서 눈물 한 방울 못 흘리고 급하게 노가다나 나가는 나도 좆같았어. 이 쓰러질 것 같은 집에 온갖 쓰레기들이 몰려와서 네 소식을 묻는 것도 좆같았고, 못 참고 주먹 휘두르다가 그나마 번 생활비 깽값으로 다 날리는 나는 더 좆같았어....
소식을 너무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사진 몇 장 첨부해서 보내요. 잘 나왔죠? 확실히 인물은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잘난 자식 둬서 좋으셨겠어요. 보니까 체력도 상당하던데 운동 잘했나봐요? 인기 되게 많았겠다. 물론 이제 아무 소용 없어졌겠지만요! 대학생인 것 같은데 그 날 괜히 밤길만 싸돌아다니지 않았어도 지금쯤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좋은 시간...
장례식장에서 마주치기 전부터 난 너를 알고 있었어. 우린 같은 방을 써서 밤에는 종종 서로의 얘길 하곤 했거든. 걘 항상 네 얘기뿐이었어. 질리지도 않은지 매일같이 환하게 웃으면서 네 얘길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지. 나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서 내가 모르는 일에 행복해하는 꼴이라니, 인지부조화가 이런 건가 싶더라니까. 그래서 조금 궁금했나봐....
나 법같은 거 잘 모르거든. 별로 관심도 없고. 그래도 내 일이니까 관심 있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알아봤어.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살인하면 이 정도 기간이라고 들어서 말야. 으음, 제대로 알아본 건 아니라서 틀릴 수도 있겠다. 뭐, 어차피 나는 잡힐 일 없으니까 굳이 자세히 알 필욘 없겠지. 편지가 간만이라 좀 어색한 것도 같네. 거의 반년만인가?...
아침에 너 출근하는 거 봤어. 머리 조금 뻗쳤더라. 어제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왔지? 그래서 아침에 머리도 제대로 정리 못 한 거고. 앞으로는 막차 끊길 때까지 놀지 마. 요즘 세상 무서우니까 조심해야지. 하긴, 네 주위엔 항상 내가 있으니까 딱히 조심할 필욘 없겠다. 그래도 너랑 같이 마신 그 친구, 존나 마음에 안 드니까 앞으로는 걔 만나지 마. 갑자기 ...
고등학교 3학년 때 나 너랑 같은 반이었는데 혹시 기억 나? 안경은 안 쓰고 머리는 짧았어. 그리고 너랑 오랫동안 짝꿍이었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이 편지도 읽어줬으면 좋겠어. 별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네 생각 나서 쓰는 거니까. 이상한 뜻은 아니고, 나 짐 정리하다가 졸업앨범을 봐서, 그래서 그냥 네가 보고, 아니, 그...
벌써 몇 달이나 흘러버렸네. 차가운 새벽 공기가 살갗에 닿으니까 네 생각이 나서 말야, 이미 가물가물해진 기억이지만 그냥 추억팔이나 한 번 해보려고. 눈이 펑펑 오던 날이었잖아, 기억 나지? 그래서 세상이 온통 하얀 날이었잖아. 그래서 붉게 물든 우리가 가려질 수 있었지. 그 하얀 눈에 섞여 예쁜 분홍빛으로 빛날 수 있었어. 물기 어렸던 네 표정이 아직도 ...
요새 틈만 나면 휴대폰이나 게임기를 손에서 놓칠 않는다. 심지어는 둘 다 동시에 켜놓고 이것 했다 저것 했다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열심히 무얼 하느냐 하면, 그냥 게임하는 거다. 온전히 한 게임에 집중하며 여가를 보내는 게 아니라, 왠지 모를 의무감에 따른 비생산적 깨작거림인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느냐 하면, 글쎄, 아마 잡념에서 벗...
고등학교 때는 자습실이 따로 있었다. 지금 내가 하루종일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재수학원이랑 똑닮은 곳이지. 그래서 그런지 가만히 앉아 공부하다보면 그 때 생각이 참 많이 난다. 뭐, 그 땐 공부는 커녕 매일같이 잠만 자거나 게임만 주구장창 했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밤늦게까지 문명의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졸음이 ...
나는 20년 동안 교회를 다녔다. 모태신앙인 아버지와 아버지를 만나 교인이 된 어머니, 그 사이에 태어난 나는 당연하게도 교회를 다녔다. 그렇게 거의 20년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회를 다녀왔다. 교회를 다닌단 말이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과는 다르다. 난 내 믿음과 상관 없이 교회를 어쨌든 '다녀만' 왔다. 20년 내내 교회가 싫진 않았다. 아주 어릴 적엔...
2000年 2月 22日 교양_있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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